비가(빅가, biga)로 치아바타를 만들다가 실패한 경험, 누구나 한 번쯤 있을 겁니다. 수분량 60-65%의 되직한 사전반죽인 비가는 처음 접하면 수제비 반죽을 다루는 기분이 들 정도로 까다롭습니다. 하지만 실패한 반죽을 사진 한 장으로 기록하고 분석하는 것만으로도 다음 시도에서 완전히 다른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24시간 안에 사진을 찍고 문제점을 파악한 뒤, 180도 다른 결과물을 만들어낸 사례가 있습니다.
비가 반죽이 원하는 대로 안 될 때, 가장 먼저 확인할 것
비가 발효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면, 보통 두 가지 원인 중 하나입니다. 첫째는 이스트 계량 오차, 둘째는 반죽 수분량과 온도 관리 실패입니다.
- 이스트 계량: 0.5g 스푼으로 대략 2/3 정도 채우면 1g 내외가 됩니다. 1g 스푼으로는 1/3 정도 채우면 됩니다. 정밀 계량이 어렵다면 디지털 저울 사용을 권장합니다.
- 기본 배합: 물 120g, 이탈리아 00 밀가루 150g을 기준으로 합니다. 이 비율이면 수분량 80%로 비가 기준보다 다소 높은 편인데, 실제로 많은 제빵사들이 비가 수분량을 80%까지 올려 사용하기도 합니다.
- 반죽 온도: 여름철 실온이 28℃를 넘으면 발효 속도가 급격히 빨라져 뒤통수를 맞기 쉽습니다. 겨울에는 반대로 발효가 너무 더뎌집니다.
사진을 찍을 때는 반죽 표면의 질감, 기포 상태, 발효 전후 부피 차이를 비교할 수 있도록 옆에서 찍는 것이 좋습니다. 실패한 반죽의 사진을 보면 대부분 표면이 갈라지거나, 너무 질거나, 반대로 퍼지지 않은 상태가 포착됩니다.
풀리쉬와 비가, 수분량 차이가 만드는 결정적 차이
비가를 처음 시도하는 분들이 자주 혼동하는 게 풀리쉬(poolish)와의 차이입니다. 풀리쉬는 밀가루와 물을 1:1 비율(수분량 100%)로 섞은 액체 상태의 사전반죽인 반면, 비가는 수분량 60-65%로 훨씬 되직합니다.
- 풀리쉬는 숟가락으로 저으면 반죽이 흘러내릴 정도로 묽습니다.
- 비가는 손으로 치대야 할 정도로 단단합니다. 수제비 반죽 하나 뜬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 두 방식 모두 사워도우 스타터와 수분량이 같아서(물과 밀가루 각각 1:1) 사워도우를 시작하기 전 연습용으로 풀리쉬를 먼저 사용하기도 합니다.
사진 한 장으로 상황을 바꾸는 핵심은 발효 전·중·후의 상태를 비교 기록하는 데 있습니다. 24시간 후 다시 시도할 때 이 사진을 보고 "아, 이때는 반죽이 너무 질었구나" 또는 "발효 시간이 부족했구나"를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사워도우 부재료, 얼마나 넣어야 할까
비가나 풀리쉬로 빵을 만들 때 부재료를 넣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사워도우는 재료에 굉장히 민감해서 조금만 잘못 넣어도 발효에 영향을 줍니다.
- 향신료(코리앤더, 시나몬, 카다멈, 캐러웨이, 아니스 등): 소량으로도 충분하므로 총 밀가루 300g 기준 1-2g 이내
- 블루베리 가루, 단호박 가루, 아로니아 가루 등 건조 분말: 같은 기준으로 1-2g이면 충분. 많이 넣는다고 향이 강해지지도 않습니다.
- 들깨와 치아씨드 조합: 들깨는 풍미가 강하고 글루텐에 해를 주기 때문에, 치아씨드(또는 플랙씨드)로 보정합니다. 많이 넣으면 들깨는 느끼해지고 치아씨드는 떡질 수 있습니다.
- 통밀가루: 제분 상태에 따라 10%만 넣어도 빵이 괴상해지는 경우가 있으니 주의
Q. 비가 발효 시간은 보통 얼마나 걸리나요?
실온 25℃ 기준으로 보통 12-16시간 정도면 충분히 발효됩니다. 겨울에는 18-24시간까지 늘어날 수 있고, 여름에는 8-10시간이면 완성되기도 합니다. 사진으로 확인할 때는 반죽 표면에 기포가 생기고 부피가 2-3배 증가했는지 확인하세요.
Q. 핸드믹서기 없이 비가 반죽을 치대도 되나요?
가능합니다. 제빵훅이 없어도 손으로 충분히 치댈 수 있습니다. 다만 비가는 일반 반죽보다 되직해서 손목에 무리가 갈 수 있으니, 5분 치대고 5분 휴식하는 방식으로 반복하는 걸 추천합니다.
Q. 실패한 비가 반죽은 재활용할 수 있나요?
발효가 덜 된 상태라면 실온에 더 두거나 따뜻한 물(30℃)로 중탕해 발효를 도울 수 있습니다. 이미 과발효된 반죽은 피자 도우나 플랫브레드로 활용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사진 한 장으로 문제점을 찾는 실전 팁
실패한 반죽을 사진으로 남길 때는 다음 세 가지를 꼭 찍어두세요.
- 반죽 표면 클로즈업: 갈라짐, 끈적임, 건조함 여부 확인
- 발효 전후 나란히 촬영: 같은 각도, 같은 조명에서 부피 변화 비교
- 반죽 단면: 손으로 찢었을 때 내부 기공 상태와 점탄성 확인
이 세 장의 사진만 있어도 다음 시도에서 수분량, 발효 시간, 반죽 온도 중 무엇을 조정해야 할지 명확해집니다. 24시간 후 다시 도전할 때 이 사진들을 보면서 "어제는 물을 120g 넣었는데 반죽이 너무 질었으니 오늘은 110g으로 줄여보자" 같은 구체적인 조정이 가능해집니다.
비가로 치아바타를 만드는 과정에서 뒤통수를 맞는 건 누구나 겪는 일입니다. 중요한 건 그 실패에서 배우는 것이고, 사진 한 장이 그 배움을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만들어준다는 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