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아픈 건 흔한 일이라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 쉽다. 하지만 통증이 한쪽에만 집중되고 3일 이상 이어진다면 단순 체함이나 장염으로 보기 어렵다. 복통의 70-80%는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나아지는 가벼운 질환이지만, 나머지 20-30%는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 원인이고 그중 일부는 수술이 필요할 정도로 위험할 수 있다. 한쪽 복통이 3일 넘게 지속된다면 충수염, 담낭염, 게실염, 콩팥 질환 등을 의심하고 병원을 찾아야 한다.
한쪽 복통, 위치로 짐작하는 원인 질환들
복통은 통증이 느껴지는 위치에 따라 원인이 되는 장기가 어느 정도 예측된다. 물론 개인차가 있고 반드시 이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통증 위치는 진단의 중요한 단서가 된다.
우측 하복부(오른쪽 아랫배) 통증은 가장 흔하게 급성 충수염, 즉 맹장염을 떠올린다. 충수염의 전형적인 증상은 초기에 배꼽 주변이나 상복부가 아프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통증이 오른쪽 아랫배로 내려오는 것이다. 우측 하복부를 눌렀을 때 통증이 심해지고 열이 동반되기도 한다.
우측 상복부(오른쪽 윗배) 통증은 담낭이나 담도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 담낭염의 경우 오심, 구토, 발열을 동반한 우측 상복부의 지속적인 심한 통증이 전형적이다. 음식을 먹은 후, 특히 기름진 음식을 먹은 뒤 증상이 심해지는 경우가 많다.
좌측 하복부(왼쪽 아랫배) 통증은 게실염일 가능성이 있다. 게실은 대장 벽에 생기는 작은 주머니 같은 구조인데, 여기에 염증이 생기면 복통과 함께 열, 혈변 등이 나타날 수 있다. 게실염은 대장내시경이나 바륨관장술, 복부 컴퓨터단층촬영으로 진단한다.
이 외에도 콩팥(신장)이나 요관에 결석이 생기면 등 쪽에서 시작해 옆구리와 아랫배로 뻗치는 극심한 통증이 나타난다. 소변에서 피가 나오면 비뇨기계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
통증이 3일 넘게 지속되는데 참아도 되는 경우
통증이 3일 넘게 지속된다면 병원에 가서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그런데도 "어제 뭐 잘못 먹었나", "요즘 스트레스가 많아서 그런가" 하며 미루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병원을 찾아도 특별한 원인을 찾지 못하는 기능성 소화불량이나 과민성 장증후군인 경우도 꽤 있다.
과민성 장증후군은 몇 달 혹은 몇 년에 걸쳐 통증이 심해졌다 좋아지는 양상을 반복하는 것이 특징이고, 변을 보면 통증이 나아지는 경향이 있다. 위궤양이나 십이지장궤양은 공복 시 통증이 심해지고 음식을 먹으면 일시적으로 나아지는 주기성을 보인다.
하지만 이런 만성 질환들도 병원에서 진단을 받은 후에야 "참아도 되는 복통"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자가 진단으로 "체한 거겠지" 하고 넘기기에는 위험한 경우가 많다.
병원에 바로 가야 하는 복통 신호 6가지
복통이 가벼운 것인지 위험한 것인지 구분하기 어렵다면, 다음 신호가 하나라도 있으면 지체하지 말고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 반발통: 배를 손으로 눌렀다가 갑자기 떼었을 때 통증이 더 심해지는 경우. 복막에 염증이 생겼다는 신호다.
- 판자처럼 딱딱한 배: 복부에 힘을 주지 않았는데도 배 전체가 딱딱하게 만져지는 경우
- 혈변 또는 흑색변: 대변에 피가 섞여 나오거나 검게 변하는 경우
- 6시간 이상 지속되는 극심한 통증: 통증이 너무 심해서 움직이기 어려운 정도라면
- 복부 강직: 배 근육이 스스로 수축해 단단해진 상태
- 열, 오한, 구토 동반: 염증이 진행되고 있다는 의미일 수 있다
특히 60세 이상에서 처음 생긴 심한 복통, 가임기 여성의 아랫배 통증은 반드시 병원에서 확인이 필요하다. 급성 심근경색 같은 심장 질환이나 폐렴 같은 흉부 질환도 복통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병원에서는 어떤 검사를 받게 되나
병원에 가면 의료진은 통증이 언제 시작됐는지, 어떤 양상인지, 무엇을 하면 심해지거나 나아지는지를 먼저 묻는다. 열이 있는지, 설사나 혈변이 있는지, 체중 감소가 있었는지도 중요한 질문이다. 평소 복용하는 약이나 수술 이력, 가족 중 소화기 질환 병력이 있는지도 확인한다.
신체 검진에서 배를 눌러보며 통증 부위를 확인하고, 혈액 검사로 백혈구 수치와 췌장 효소(아밀라제, 리파제), 간 효소 수치를 확인한다. 백혈구 수치가 높으면 염증이나 감염을 의미한다.
필요에 따라 복부 초음파나 컴퓨터단층촬영(CT)을 촬영한다. CT는 췌장염, 췌장암, 충수염, 게실염 진단에 특히 유용하다. 담석이 의심되는데 초음파에서 안 보이는 경우에는 내시경 초음파가 도움이 된다. 위궤양이나 위암이 의심되면 위내시경을, 대장 문제가 의심되면 대장내시경을 시행할 수 있다.
한쪽 복통으로 발견되는 주요 질환의 치료
급성 충수염은 진단되면 수술로 충수를 절제하는 것이 기본 치료다. 수술 전부터 항생제를 투여하고, 환자 상태에 따라 개복 또는 복강경 수술을 시행한다. 염증이 진행되어 충수가 터지면 패혈증이 동반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급성 담낭염도 항생제 투여와 함께 담낭 절제술을 시행한다. 담관에 결석이 같이 있다면 내시경적 유두부 절개술로 결석을 제거하기도 한다.
게실염은 정맥 수액 공급과 항생제 투여가 기본이고, 합병증이 생기면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급성 췌장염은 금식과 수액 공급으로 치료를 시작한다. 심한 통증이 있으면 진통제를 쓰고, 구토나 장폐쇄가 동반되면 경비위관을 삽입한다. 췌장염은 농양, 가성낭종, 신부전, 호흡부전 같은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 깊게 관리해야 한다.
복통 자가 진단, 이렇게 하면 도움 된다
병원에 가기 전에 복통의 특징을 정리해 두면 진료에 큰 도움이 된다. 의료진에게 설명할 때 다음 정보를 미리 정리해 두면 원인 파악이 빨라진다.
- 통증이 언제 시작됐고, 얼마나 자주 발생하는지
- 찌르는 듯한 통증인지, 둔하게 아픈지, 경련성인지
- 갑자기 생겼는지, 서서히 심해졌는지
- 어떤 자세나 행동에서 통증이 심해지거나 나아지는지
- 열, 오한, 설사, 구토, 식욕 감퇴 같은 동반 증상이 있는지
복통은 짧은 시간에 생명을 위협하는 급성 질환부터 만성 기능 장애까지 다양한 원인으로 나타난다. 한쪽 배가 3일 넘게 아프다면 "곧 나아지겠지" 하는 생각보다 "왜 아픈지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을 먼저 하는 것이 안전하다. 특히 통증이 점점 심해지거나 열이 동반된다면 바로 병원을 찾도록 하자.
Q. 한쪽 복통이 3일 지나면 자연적으로 나을 수도 있나요?
물론 가벼운 장염이나 기능성 소화불량이라면 시간이 지나면서 좋아질 수 있다. 문제는 충수염, 담낭염 같은 질환도 초기에는 통증이 약하게 시작했다가 점점 심해진다는 점이다. 3일이 지나도 통증이 호전되지 않거나 오히려 심해지고 있다면 병원에서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Q. 복통이 있는데 열은 없어도 괜찮은 건가요?
열이 없다고 해서 위험한 질환을 배제할 수는 없다. 특히 고령층이나 스테로이드 같은 항염증 약물을 복용 중인 사람은 염증이 있어도 열이 나지 않거나 백혈구 수치가 정상일 수 있다. 통증 자체가 심하고 지속된다면 열이 없어도 병원을 찾아야 한다.
Q. 통증이 오른쪽 아랫배에 있는데 맹장인가요?
오른쪽 아랫배 통증의 가장 흔한 원인은 급성 충수염(맹장염)이 맞다. 다만 크론병 같은 염증성 장질환이 충수 부근에 생기거나, 여성의 경우 오른쪽 난소 문제로 비슷한 통증이 나타날 수도 있다. 우측 콩팥 염증이 담낭염과 혼동되는 경우처럼, 통증 위치만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병원에서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