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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말, 가을 공기가 제법 쌀쌀해지면 전국 전통시장 곳곳에서 동그랗고 통통한 대봉감이 쌓이기 시작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그 계절이 돌아왔다.
한 박스에 만 원에서 2만 원까지, 가격은 천차만별이지만 이 시기를 놓치면 1년을 기다려야 한다. 나는 2019년부터 해마다 대봉감을 구매해 홍시를 만들고, 냉동실에 쟁여두며 겨울을 난다.작년에는 무려 5박스를 사서 처치 곤란할 정도였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대봉감 수확시기와 홍시 만드는 법을 제대로 알려드리겠다.대봉감, 제대로 고르는 법부터 알아야 후회가 없다
대봉감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흔히 실수한다. 시장에 가서 반짝반짝 윤기 나는 감만 집어 드는데, 그게 꼭 좋은 선택은 아니다.
나도 첫해에는 실패했다. 너무 단단한 감을 골랐더니 항아리에서 후숙하는 데 2주가 넘게 걸렸고, 그 사이에 몇 개는 곰팡이가 슬었다.두 번째 해에는 지나치게 무른 감을 샀다가 물컹해져서 홍시가 아니라 그냥 썩은 감이 되어 버렸다. 대봉감을 고를 때 핵심은 색깔과 단단함의 밸런스다.껍질이 주황빛을 띠되 약간 노란 기운이 도는 게 좋다. 너무 진한 주황색이면 이미 후숙이 진행 중이라는 신호다.손으로 살짝 눌렀을 때, 사과처럼 딱딱하지도 않고 토마토처럼 물렁하지도 않은 상태가 이상적이다. 가격대는 보통 특대과 기준 10-15개들이 한 박스에 1만 5천 원에서 2만 원 선이다.네이버 쇼핑에서도 판매하지만, 나는 전통시장을 추천한다. 직접 보고 고를 수 있고, 노점 할머니와 흥정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구분 | 좋은 대봉감 | 피해야 할 대봉감 |
|---|---|---|
| 껍질 색깔 | 주황빛 약간 노란 기운 | 진한 주황, 갈색 반점 |
| 단단함 | 사과 정도의 단단함 | 너무 딱딱하거나 물렁함 |
| 꼭지 상태 | 싱싱하고 녹색기 남음 | 마르거나 검게 변함 |
| 무게감 | 묵직하고 단단함 | 가볍거나 속이 빈 느낌 |
| 크기 | 균일하고 도톰함 | 너무 작거나 찌그러짐 |
이 표만 기억해도 시장에서 헷갈릴 일은 없다. 실제로 작년 10월 말, 서울의 한 전통시장에서 이 기준으로 고른 대봉감은 항아리에서 8일 만에 완벽한 홍시가 되었다.
수확시기를 놓치면 홍시 맛이 반으로 줄어든다
대봉감의 수확시기는 보통 10월 말에서 11월 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건 '첫서리가 내린 후'라는 조건이다.
농촌진흥청 자료에 따르면, 첫서리가 내린 후 수확한 감은 그렇지 않은 감보다 당도가 평균 2-3브릭스 높아진다. 브릭스는 당도를 측정하는 단위인데, 1브릭스는 1%의 당분을 의미한다.즉, 첫서리 전후로 같은 감이라도 맛이 확 달라진다는 말이다. 작년에는 11월 5일쯤 첫서리가 내렸는데, 그 전에 수확한 감과 후에 수확한 감을 비교해 본 적이 있다.전자는 홍시로 만들었을 때 약간 떫은맛이 남아 있었고, 후자는 달콤함이 훨씬 진했다. 대봉감은 원래 떫은맛이 강한 감이지만, 후숙 과정에서 탄닌이 분해되면서 단맛으로 변한다.첫서리가 이 과정을 가속화한다는 게 농업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농협 유통센터의 데이터를 보면, 10월 중순에 수확한 대봉감의 평균 당도는 12-14브릭스인 반면, 11월 초 첫서리 이후 수확한 것은 16-18브릭스까지 올라간다.같은 가격을 주고 산다면, 당연히 더 단 것을 고르는 게 이익이다. 시장에 가면 '첫서리 이후 첫 수확'이라는 문구를 붙여 파는 곳이 있는데, 그걸 믿고 사는 것도 방법이다.수확시기를 놓치면 또 하나의 문제가 생긴다. 너무 늦게 수확하면 감이 나무에서 저절로 물러지기 시작한다.떨어지거나 새가 쪼아 먹는 경우도 생긴다. 11월 중순이 지나면 시장에 나오는 대봉감의 품질이 확 떨어진다는 게 내 경험이다.홍시 만들기, 항아리 하나면 충분하다
대봉감을 샀다면, 이제 홍시를 만들 차례다.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하지만 디테일을 놓치면 망치기 쉽다. 먼저 감을 씻어야 한다.그냥 물로 씻으면 안 된다. 베이킹소다나 식초와 소주를 섞은 물로 행주를 적셔서 하나하나 닦아내야 한다.이유는 껍질에 묻은 농약이나 이물질을 제거하는 것뿐 아니라, 표면의 잡균을 없애 곰팡이 발생을 막기 위해서다. 나는 작년에 이 과정을 생략했다가 항아리 안에서 곰팡이가 핀 감을 3개나 버렸다.이후로는 절대 건너뛰지 않는다. 씻은 감은 키친타월로 물기를 완전히 제거한다.물기가 남아 있으면 후숙 과정에서 썩을 확률이 급증한다. 그다음 항아리 바닥에 키친타월이나 신문지를 깔고, 감을 하나씩 차곡차곡 쌓는다.꼭지 부분이 서로 닿지 않게 배치하는 게 포인트다. 꼭지에서 곰팡이가 생기기 쉬우니까.여기서 꿀팁 하나. 빨리 홍시를 만들고 싶다면 사과를 함께 넣어라. 사과에서 나오는 에틸렌 가스가 감의 후숙을 촉진한다.
나는 이 방법을 써서 8일 만에 홍시를 완성했다. 사과 없이 하면 보통 10-14일 정도 걸린다.단, 사과를 넣으면 홍시가 생각보다 빨리 물러질 수 있으니 매일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후숙 방법 | 소요 기간 | 장점 | 단점 |
|---|---|---|---|
| 사과와 함께 | 7-10일 | 빠름, 균일한 숙성 | 매일 확인 필수 |
| 사과 없이 | 10-14일 | 안정적, 보관 용이 | 오래 걸림 |
| 실온 보관 | 위와 동일 | 자연스러운 숙성 | 온도 영향 큼 |
| 냉장 후숙 | 14일 이상 | 천천히 숙성, 오래 감 | 맛이 덜함 |
온도도 중요하다. 너무 추우면 후숙이 늦어지고, 너무 더우면 빨리 무른다.
이상적인 온도는 15-20도. 요즘 같은 날씨, 실내 온도가 18도 정도면 딱 좋다. 하지만 11월 중순 이후 난방을 시작하면 온도가 25도까지 올라갈 수 있으니, 베란다나 창고 같은 서늘한 곳에 두는 게 낫다.홍시가 완성됐다면, 이제 다양한 변신을 시도하라
홍시가 완성되면 그냥 숟가락으로 퍼 먹어도 맛있다. 하지만 나는 매년 같은 방법을 반복하다가 작년부터 이것저것 시도해 보기 시작했다.
가장 추천하는 건 홍시라떼다. 우유 한 컵에 홍시 2-3개를 넣고 믹서기에 갈기만 하면 된다.설탕을 넣을 필요가 없다. 홍시 자체가 충분히 달기 때문이다.겨울 아침에 따뜻하게 데운 우유에 차갑게 갈아 넣으면, 그 맛이 커피보다 훨씬 부드럽다. 아이들도 좋아하고, 카페에서 파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다.또 하나는 홍시 그릭요거트 아이스크림이다. 지난겨울, 아이들 방학 간식으로 만들어 봤는데 반응이 폭발적이었다.홍시를 으깨고 그릭요거트를 2:1 비율로 섞은 다음, 아이스크림 틀에 넣어 얼리면 끝. 여기에 딸기를 추가해도 좋다. 만드는 데 10분도 안 걸리고, 재료비는 5천 원도 안 든다.시중에서 파는 아이스크림보다 건강하고 맛있다. 가장 색다른 시도는 대봉감 홍시 비빔국수였다.부안 뽕잎 농장에서 산 유기농 뽕잎 국수를 삶아 찬물에 헹군 뒤, 홍시를 으깨고 국산 통깨와 들기름, 집간장을 섞어 비볐다. 자극적이지 않아서 아이들도 잘 먹었다.홍시의 단맛이 간장의 짠맛과 어우러져 독특한 풍미를 냈다. 이건 꼭 한 번 해보길 권한다.| 활용법 | 난이도 | 소요 시간 | 재료비 | 추천 대상 |
|---|---|---|---|---|
| 홍시라떼 | 하 | 5분 | 1,000원 | 아침 대용 |
| 아이스크림 | 중 | 10분+냉동 | 3,000원 | 아이들 간식 |
| 비빔국수 | 상 | 20분 | 5,000원 | 식사 대용 |
| 감말랭이 | 상 | 10시간 건조 | 2,000원 | 오래 보관 |
홍시, 냉동 보관하면 1년 내내 즐길 수 있다
홍시를 한 번에 많이 만들었다면, 다 먹기도 전에 물러질 걱정을 해야 한다. 작년에 나는 두 번째 대봉감을 너무 많이 만들어서 처치 곤란한 상황이 벌어졌다.
날씨가 따뜻해서 후숙이 너무 빨리 진행된 탓이었다. 그때 배운 게 냉동 보관이다.홍시가 완성되면 바로 냉동실에 넣어라. 껍질째 통째로 넣거나, 껍질을 벗겨 밀폐 용기에 담아도 된다. 나는 개인적으로 껍질째 넣는 걸 선호한다.먹을 때 꺼내서 살짝 해동하면 껍질이 저절로 벗겨지기 때문이다. 냉동한 홍시는 6개월에서 1년까지 보관 가능하다.냉동 홍시를 먹을 때는 전자레인지에 30초만 돌리면 된다. 너무 오래 돌리면 물컹해지니까 주의. 아니면 실온에 10분 정도 두어 반쯤 녹았을 때 먹는 게 가장 맛있다.얼음과 홍시의 식감이 섞여서 샤베트 같은 느낌이 난다. 한 가지 팁을 더 주자면, 감말랭이도 도전해볼 만하다.대봉감을 홍시로 만들기 전에 얇게 썰어 식품건조기에서 70도로 10시간 정도 돌리면 된다. 처음에는 약간 떫은맛이 남지만, 시간이 지나면 사라진다.쫄깃하고 달콤해서 견과류 대신 간식으로 좋다. 반건조 상태로 5시간만 말리면 더 부드럽게 즐길 수 있다.이번 가을, 대봉감을 놓치지 마라
대봉감 수확시기는 길어야 2주에서 3주다. 10월 말 시장에 처음 등장했다가 11월 중순이면 품질이 급격히 떨어진다.
올해는 첫서리가 언제 내릴지 기상청 예보를 확인해 두는 게 좋다. 나는 매년 가을이 되면 시장에 가서 대봉감을 산다.그리고 항아리에 넣고 기다리는 그 10일이 참 즐겁다. 매일 뚜껑을 열어 확인하는 재미, 하나둘씩 물러가는 감을 보는 기쁨, 마침내 완성된 홍시를 숟가락으로 퍼 먹는 그 달콤함. 이 모든 게 1년에 한 번뿐이라 더 소중하다.대봉감은 식이섬유와 비타민, 항산화 성분이 풍부해서 면역력 강화와 감기 예방에도 좋다. 겨울철 건강 간식으로 이만한 게 없다.게다가 가격도 저렴하다. 한 박스에 1만 5천 원이면 한 달 치 간식이 해결된다.이번 주말, 시장에 가서 대봉감 한 박스를 사라. 그리고 항아리에 넣어두고 10일을 기다려라. 그 기다림의 끝에서 만나는 홍시의 맛은, 어떤 디저트보다 값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