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 웃거름을 줄 때 가장 확실한 판단 기준은 달력이 아니라 토양 EC입니다. 고추는 토양 EC가 1.0~2.5 dS/m 범위일 때 양분 흡수가 원활하고, 이 범위를 넘어가면 뿌리가 물을 빨아들이는 삼투압이 역전되면서 오히려 시들 수 있습니다. 웃거름을 주기 전에 EC측정기로 흙을 확인하면 비료 낭비와 작물 피해를 동시에 막을 수 있습니다. 측정값이 1.0 미만이면 웃거름을 주고, 2.5를 넘으면 관수로 염류를 씻어내는 것이 먼저입니다.
웃거름 주기 전에 EC부터 재는 이유
토양 EC는 전기전도도라고도 하며, 흙 속에 녹아 있는 비료 성분(이온)의 농도를 숫자로 보여줍니다. 숫자가 높을수록 양분이 많다는 뜻이지만, 작물이 흡수할 수 있는 적정 범위를 넘어가면 상황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고추의 경우 EC가 과도하게 높으면 뿌리가 물을 빨아들이는 힘이 약해지면서 오히려 시들 수 있고, 잎이 진녹색으로 변하면서 가장자리가 타들어 가는 증상이 나타납니다. 열매 끝이 갈색으로 마르는 석회결핍(베라팁)까지 유발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석회결핍은 단순히 칼슘이 부족해서만 생기지 않습니다. 토양 염류농도가 높아지면 칼슘 이온의 이동이 막히면서 뿌리가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염화칼슘 0.3% 엽면시비도 임시방편일 뿐, 근본적으로는 EC를 적정 범위로 낮춰 뿌리 활력을 회복시키는 것이 먼저입니다.
EC 측정값에 따라 갈리는 판단 기준
측정값을 보고 바로 웃거름을 줄지, 관수를 할지 결정하면 됩니다. 비료를 준 직후에 측정하면 순간적으로 높은 값이 나올 수 있으니, 웃거름을 준 뒤에는 최소 2~3일 이후에 측정해야 실제 양분 상태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 EC 측정값 (dS/m) | 판단 및 조치 |
|---|---|
| 1.0 미만 | 양분 부족, 웃거름 추가 |
| 1.0 ~ 2.5 | 적정 범위, 유지 |
| 2.5 초과 | 비료 중단, 관수로 염류 제거 |
EC가 2.5를 넘는 상태에서 추가로 비료를 주면 고추 뿌리가 물을 흡수하는 삼투압이 역전되면서 오히려 시들 수 있습니다. 이때는 비료를 끊고 물을 충분히 주어 토양 속 염류가 아래로 빠져나가게 해야 합니다.
다만 배수가 불량한 밭이라면 물을 준 뒤에도 염류가 빠지지 않고 뿌리 부근에 남을 수 있으므로, 관수 후 3일 뒤에 다시 측정해서 변화를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배수가 잘 되는 밭이라면 물을 충분히 주는 것만으로도 염류가 내려가지만, 점질토나 배수가 나쁜 밭에서는 오히려 과습 피해가 생길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EC측정기 처음 쓸 때 확인할 것
측정 과정은 간단합니다. 고추 뿌리 주변 흙을 5~10cm 깊이에서 떠서 증류수나 정제수에 섞은 뒤 EC측정기에 넣으면 됩니다. 측정 전에 토양이 너무 마르거나 물에 잠긴 상태는 피하는 것이 좋고, 고추 뿌리가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오전 시간에 재는 것을 추천합니다.
측정기마다 보정액(교정액) 요구 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처음 구매했거나 오래 방치했던 제품이라면 사용 전에 보정을 해줘야 정확도가 유지됩니다. EC측정기는 30초면 결과를 확인할 수 있어, 웃거름을 주기 전 습관적으로 확인하면 비료 낭비와 작물 피해를 동시에 막을 수 있습니다.
웃거름 시기와 성분, 달력보다 작물 상태 우선
고추 웃거름은 달력만 보고 주면 안 됩니다. 정식 후 25~30일이 첫 추비의 기준 시점이지만, 이때 고추가 실제로 영양을 필요로 하는 상태인지 확인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고추가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고 비료부터 주면 지소 과다로 잎만 무성해지고 열매가 잘 달리지 않는 역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첫 웃거름은 정식 후 20~30일, 곁이 피기 시작할 무렵에 주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때는 줄기와 잎을 키우는 영양생장이 활발한 시기라 질소(N) 성분이 중요합니다. 이후 착과기와 수확기로 갈수록 10~15일 간격으로 나누어 주되, 질소 함량이 낮고 칼륨(K)과 칼슘(Ca) 비중이 높은 비료로 바꿔 주는 것이 핵심입니다. 칼륨은 과실 비대를 돕고, 칼슘은 생리장해를 예방해 줍니다.
웃거름을 줄 때는 고추의 상태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잎이 전체적으로 연한 녹색을 띠거나 아래쪽 잎이 누렇게 변해 가는 모습이 보이면 질소 부족을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밑거름의 영양분이 소진되기 시작하는 시기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증상이며, 이때 웃거름을 주지 않으면 생육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집니다. 반대로 잎이 짙은 녹색이고 줄기가 과도하게 굵다면 질소가 이미 충분하다는 뜻이므로 웃거름을 늦추는 것이 좋습니다. 잎이 누렇게 변하는 이유가 반드시 질소 부족만은 아니니, 물 빠짐이 나쁘거나 뿌리 손상으로도 비슷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흙이 과습하지는 않은지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웃거름 주는 방법과 과비 피하는 요령
웃거름을 주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각각 장단점이 있으니 텃밭 환경에 맞게 선택하면 됩니다.
줄 사이 뿌리기와 복토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입니다. 고추 줄 사이에 비료를 골고루 뿌린 뒤 흙으로 1~2cm 정도 덮어 줍니다. 복토를 하지 않으면 비료 성분이 증발하거나 빗물에 쓸려 나가고, 비료가 잎이나 줄기에 직접 닿아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텃밭에서 가장 안정적인 방법입니다.
비료를 준 뒤에는 반드시 EC를 다시 측정해서 적정 범위를 유지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과비를 피하는 가장 확실한 습관입니다. 웃거름을 줄 때마다 측정값을 기록해 두면 밭의 양분 흐름이 보이고, 다음 해 계획을 세울 때도 참고가 됩니다.
Q. EC측정기가 없으면 어떻게 하나요?
EC측정기 없이도 작물 상태와 토양 겉모습으로 어느 정도 판단할 수 있지만, 정확도는 떨어집니다. 웃거름을 자주 주는 밭이라면 측정기 하나쯤 갖추는 것이 비료값과 작물 피해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Q. 비료를 준 직후에 EC를 재면 왜 안 되나요?
비료를 준 직후에는 순간적으로 높은 값이 나올 수 있어 실제 양분 상태를 반영하지 못합니다. 최소 2~3일 이후에 측정해야 정확한 판단이 가능합니다.
Q. EC가 2.5를 넘으면 비료를 아예 안 주나요?
네, 2.5를 넘는 상태에서는 비료를 끊고 물을 충분히 주어 토양 속 염류를 씻어내는 것이 먼저입니다. 염류가 적정 범위로 내려온 뒤에 다시 웃거름 여부를 판단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