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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텃밭에 들렀다가 동부콩을 심은 지 두 달 만에 처음으로 수확을 했습니다. 처음엔 그냥 콩 심듯이 아무 때나 심었는데, 몇 년 동안 직접 부딪히면서 깨달은 게 있어요.
동부콩은 심는 시기 하나만 잘 맞춰도 수확량이 두 배 가까이 차이 난다는 사실을요. 농사 경험이 많지 않은 분들도 이 타이밍만 알면 실패 확률이 확 줄어듭니다.심는 시기가 수확량을 결정하는 진짜 이유
동부콩은 열대 작물입니다. 원산지가 아프리카인데, 더운 기후에서 제대로 자라도록 진화했어요.
그래서 우리나라 기후에서 키울 때 가장 중요한 변수가 바로 기온입니다. 작년에 제가 직접 실험해 본 결과를 하나 공유할게요.| 파종 시기 | 평균 기온 | 발아율 | 최종 수확량(kg/10a) | 비고 |
|---|---|---|---|---|
| 4월 중순 | 14.2°C | 52% | 87kg | 저온 피해 발생 |
| 5월 초순 | 18.5°C | 78% | 134kg | 생육 부진 일부 |
| 5월 하순 | 22.1°C | 94% | 178kg | 최적 조건 |
| 6월 초순 | 24.8°C | 91% | 162kg | 고온 스트레스 |
이 표를 보면 5월 하순이 가장 좋아 보이죠? 그런데 여기에 함정이 있습니다. 저 동부콩은 장마철을 고려하지 않은 데이터예요.
실제로 5월 하순에 심으면 발아는 잘 되지만, 장마와 만나는 시기가 꼬이면 오히려 6월 초순보다 수확량이 떨어지는 경우도 생깁니다. 제 경험으로는 5월 15일에서 25일 사이가 가장 무난합니다.이때 심으면 장마가 시작되기 전에 어느 정도 줄기가 튼튼해지고, 장마가 끝난 후 본격적인 결실기에 햇빛을 충분히 받을 수 있어요. 2022년 농촌진흥청 자료를 보면, 동부콩의 적정 생육 온도는 25-30°C입니다.이 온도가 유지되는 기간이 최소 60일은 확보되어야 제대로 된 수확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점은 지역별 차이입니다.경기도에서 5월 중순이 적기라면, 전라도나 경상도 남부 지역은 4월 하순부터 심을 수 있어요. 제가 사는 충청도 기준으로는 5월 초순부터 5월 말까지가 골든타임입니다.이걸 모르고 전국적으로 같은 시기에 심으면 반드시 실패합니다.늦게 심으면 생기는 세 가지 문제
지난해 6월 중순에 동부콩을 심은 이웃 농부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그는 "작년에 너무 바빠서 6월 20일에나 심었는데, 꼬투리는 많이 달렸지만 알이 전혀 굵지 않더라"고 하소연했습니다.
실제로 가서 보니까 꼬투리 속 알갱이가 반쪽짜리였어요. 왜 이런 일이 생길까요?첫 번째 문제는 고온 피해입니다.
7월 중순부터 8월 초까지 우리나라 낮 기온은 33°C를 훌쩍 넘깁니다. 동부콩은 더위를 좋아하지만, 꽃이 필 때 35°C 이상이 되면 꽃가루 활성이 급격히 떨어집니다.농진청 시험 결과에 따르면 35°C 이상 고온에서 3일만 지속돼도 수정률이 40% 이하로 뚝 떨어진대요.| 파종 시기 | 개화기 평균 기온 | 수정률 | 정상 꼬투리 비율 |
|---|---|---|---|
| 5월 초 | 28.3°C | 86% | 92% |
| 5월 말 | 29.1°C | 83% | 89% |
| 6월 중순 | 32.7°C | 61% | 73% |
| 7월 초 | 34.8°C | 38% | 51% |
이 표에서 보듯이, 6월 중순 이후에 심으면 수정률이 급감합니다. 내가 아무리 정성껏 키워도 꽃이 열매를 맺지 못하면 소용없는 거죠.
두 번째 문제는 일조량 부족입니다.
7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는 우리나라 장마 기간이죠. 흐린 날이 많으면 광합성이 제대로 안 됩니다. 동부콩은 하루 최소 6시간 이상 직사광선을 받아야 알이 꽉 찹니다.그런데 늦게 심을수록 이 핵심 시기에 햇빛을 못 받는 상황이 생겨요. 세 번째 문제는 병충해입니다.동부콩 주요 병해인 탄저병과 노균병은 습도가 높고 기온이 25°C 전후일 때 가장 활발하게 퍼집니다. 늦게 심으면 이 병원균이 활동하기 좋은 환경과 정확히 겹칩니다.제 경험상 6월 초에 심은 동부콩은 탄저병 발생률이 15% 정도였지만, 7월 초에 심은 것은 40% 가까이 올라갔습니다.너무 일찍 심으면?
반대로 너무 일찍 심는 것도 문제입니다. "빨리 심어야 빨리 수확한다"는 생각은 동부콩에서는 통하지 않아요.
4월 초에 심은 동부콩을 한번 생각해보죠. 당시 제가 심었던 날짜는 4월 5일이었어요. 그런데 4월 중순에 갑작스러운 저온이 찾아왔습니다.밤 기온이 5°C까지 떨어졌고, 새싹이 나오자마자 얼어버렸어요. 결국 30% 정도는 다시 심어야 했습니다.동부콩 종자가 발아하려면 10cm 깊이 토양 온도가 최소 15°C는 되어야 합니다. 우리나라 4월 초 땅 온도는 대부분 이 기준에 못 미쳐요.기상청 평년 데이터를 보면 4월 상순 평균 지온은 서울 기준 11.3°C, 대전 12.1°C, 부산 13.5°C입니다.| 지역 | 4월 상순 지온 | 4월 하순 지온 | 5월 상순 지온 | 적정 시기 |
|---|---|---|---|---|
| 서울/경기 | 11.3°C | 14.8°C | 17.2°C | 5월 상순 이후 |
| 충청/강원 | 12.1°C | 15.3°C | 17.8°C | 4월 하순-5월 초 |
| 전라/경남 | 13.5°C | 16.7°C | 19.2°C | 4월 중순-하순 |
이 표를 보면 지역별로 적정 시기가 확연히 다릅니다. "전국적으로 5월 초에 심어라"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려요.
제주도에서는 4월 초에도 가능하지만, 강원도 산간 지역은 5월 중순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품종별 차이입니다.동부콩도 여러 품종이 있어요. 올해 처음 심는 분들은 이 점을 꼭 확인하세요.- 조생종(올봄콩): 75-85일 만에 수확 가능. 5월 초에 심어도 8월 초에 수확 가능.
- 중생종: 85-100일 소요. 5월 중순 심기가 적합.
- 만생종: 100-120일 소요. 5월 초순에 심어야 9월 서리 전에 수확 가능.
저는 작년에 만생종을 5월 20일에 심었다가 9월 말에 서리가 내려서 20% 정도 손해를 봤습니다. 품종에 따라 심는 시기가 달라야 한다는 걸 뼈저리게 느낀 순간이었어요.
최적의 심는 시기를 찾는 실전 노하우
이제까지 이론적인 이야기를 했는데, 실제로 어떻게 결정해야 할까요? 제가 10년 동안 텃밭과 노지에서 동부콩을 키우면서 터득한 노하우를 알려드리겠습니다.
1. 벚꽃을 기준으로 삼지 마세요
많은 분들이 "벚꽃이 지면 동부콩을 심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건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없어요.
벚꽃은 3월 말에서 4월 초에 피는데, 이때는 아직 땅이 너무 차갑습니다. 오히려 아카시나무 꽃이 피기 시작할 때가 더 정확해요.아카시나무는 5월 초중순에 꽃이 피는데, 이 시기가 동부콩 파종에 가장 적합합니다.2. 10cm 땅속 온도를 직접 재보세요
저는 매년 4월 말부터 5월 초까지 디지털 토양 온도계로 하루 두 번(오전 10시, 오후 3시) 측정합니다. 기준은 간단합니다.
- 3일 연속 오전 10시 기준 15°C 이상 유지 → 파종 시작
- 오후 3시 기준 18°C 이상 → 최적기
이 기준을 지키면 발아율이 90%를 넘습니다. 온도계 하나에 만 원 정도면 살 수 있으니, 정말 큰 도움이 됩니다.
3. 장마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법
동부콩은 장마를 피할 수 없으면 활용해야 합니다. 제 전략은 이렇습니다.
5월 15-20일에 심으면 장마가 시작되는 6월 하순쯤에 꽃이 피기 시작합니다. 이때 비가 많이 오면 꽃이 떨어질 위험이 있어요.그래서 저는 줄뿌림(조파) 으로 심습니다. 흩어뿌리기보다 줄 간격을 60cm, 포기 간격을 30cm로 두면 통풍이 잘 돼서 장마철 곰팡이 발생을 줄일 수 있습니다.4. 품종 선택이 수확량을 결정한다
시중에 파는 동부콩 종자는 크게 세 종류입니다.
| 품종명 | 숙기 | 수확량 | 가격(500g) | 추천 지역 |
|---|---|---|---|---|
| 새올콩 | 조생(80일) | 180kg/10a | 12,000원 | 전국 |
| 청풍콩 | 중생(90일) | 200kg/10a | 14,000원 | 중부 이남 |
| 장수콩 | 만생(110일) | 220kg/10a | 15,000원 | 남부 지역 |
처음 동부콩을 심는다면 새올콩을 추천합니다. 수확량은 다른 품종보다 약간 적지만, 실패할 확률이 훨씬 낮아요.
80일이면 수확이 끝나니까, 9월 초 서리 걱정도 없고요. 저도 처음 3년은 새올콩만 심었습니다.5. 심는 깊이가 수확량을 좌우한다
이건 많은 분들이 간과하는 부분인데, 동부콩은 심는 깊이가 발아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 너무 얕게(1cm 이하) → 새가 파먹거나 건조해져서 발아율 50% 이하
- 적정 깊이(3-4cm) → 발아율 90% 이상
- 너무 깊게(6cm 이상) → 떡잎이 땅을 뚫지 못하고 썩음, 발아율 30% 이하
저는 손가락 두 마디 정도(약 4cm) 깊이로 심습니다. 그리고 심은 후 흙을 살짝 눌러주는데, 너무 꾹 누르면 종자가 숨을 못 쉬어요.
적당히 눌러주는 게 포인트입니다.수확 시기까지 고려한 종합 전략
동부콩을 심는 시기는 단순히 "언제 심을까"를 넘어서, "언제 수확할 것인가"와 연결됩니다. 제가 가장 선호하는 조합은 5월 15일 전후에 새올콩을 심고, 8월 초에 수확하는 겁니다.
이렇게 하면 장마가 끝난 후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될 때 꼬투리가 여물기 시작합니다. 8월은 일조량이 풍부하고 낮과 밤의 일교차가 커서 알이 가장 꽉 찹니다.반대로 6월 초에 심으면 수확이 9월 초로 밀리는데, 이때는 기온이 떨어지고 일조량도 줄어듭니다. 게다가 9월에는 태풍도 자주 옵니다.2023년 9월 태풍 '하이선' 때 많은 농가가 동부콩 수확을 망쳤다는 뉴스를 기억하시나요?| 파종 시기 | 예상 수확기 | 위험 요소 | 수확량 안정성 |
|---|---|---|---|
| 4월 하순 | 7월 하순 | 저온, 장마 | 보통 |
| 5월 상순 | 8월 상순 | 장마 초기 | 좋음 |
| 5월 중순 | 8월 중순 | 태풴(낮은 확률) | 매우 좋음 |
| 5월 하순 | 8월 하순 | 태풍 | 좋음 |
| 6월 상순 | 9월 상순 | 태풴, 저온 | 보통 이하 |
이 표에서 보듯이 5월 중순이 가장 안정적인 선택입니다. 하지만 이건 평균적인 이야기고, 해마다 기상 조건이 다르니까요.
올해는 엘니뇨 영향으로 장마가 평년보다 늦게 끝난다면 5월 하순이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드리는 마지막 조언은 이것입니다.기상청 중기예보를 5월 초부터 매일 확인하세요. 5월 1주차에 2주 후 기온 예보가 25°C 안팎이라면 5월 중순이 좋고, 20°C 이하라면 5월 하순으로 미루는 게 낫습니다.이렇게 유연하게 대처하는 게 동부콩 농사의 핵심입니다. 이렇게 심는 시기를 잘 맞추면 수확량이 20-30%는 더 늘어납니다.저도 이 원칙을 지킨 이후로 매년 안정적인 수확을 하고 있어요. 동부콩 농사, 생각보다 까다롭지 않습니다.타이밍만 알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