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주에 동네 텃밭에 나갔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옆 밭 아주머니는 벌써 고추 모종을 사다 놓으셨더라고요.
"올해는 일찍 시작해야지" 하시면서. 그런데 농사 10년 차인 저는 속으로 '아차' 싶었어요. 3월 중순에 모종을 사서 4월 초에 심었다가 밤 기온이 8도까지 떨어지는 바람에 모종 절반을 망친 경험이 있거든요.고추 농사는 빨리 시작한다고 성공하는 게 절대 아닙니다. 고추는 원래 열대 아메리카가 원산지인 작물입니다.더운 나라에서 온 아이를 우리나라 기후에 적응시키려면 온도 하나만큼은 철저히 챙겨야 해요. 농촌진흥청의 2025년 발간 자료에 따르면, 고추 생육 최적 온도는 낮 25-30도, 밤 15-20도입니다.특히 중요한 건 야간 최저 기온인데, 이게 12도 이하로 떨어지면 고추의 생장이 완전히 멈춥니다. 실제로 경남농업기술원의 실험 결과를 보면, 정식 후 1주일 동안 야간 온도가 평균 10도였던 구역에서는 생존율이 62%에 그쳤고, 15도 이상 유지된 구역에서는 94%였습니다.표 1. 지역별 고추 정식 적정 시기와 야간 기온| 지역 | 정식 시작 시기 | 야간 평균 기온(4월) | 안전 정식 시기 | 위험 요소 |
|---|---|---|---|---|
| 경남(부산·창원) | 4월 초순 | 12-15℃ | 4월 5일 이후 | 늦서리(3월 말) |
| 전남(광주·목포) | 4월 중순 | 10-13℃ | 4월 10일 이후 | 일교차 15도↑ |
| 충청(대전·청주) | 4월 하순 | 9-12℃ | 4월 20일 이후 | 늦서리(4월 중순) |
| 경기(수원·인천) | 5월 초순 | 8-11℃ | 5월 1일 이후 | 복사냉각 현상 |
| 강원(춘천·원주) | 5월 중순 | 7-10℃ | 5월 10일 이후 | 서리 위험(5월 초) |
이 표를 보면 아시겠지만, 같은 4월이라도 경남과 경기는 무려 3주 차이가 납니다. 제가 사는 경기도는 4월 말에도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2024년 4월 22일에 수원 지역 최저 기온이 6.2도까지 내려갔었죠. 이때 일찍 심으신 분들은 피해를 꽤 보셨을 겁니다. 그렇다면 언제 심어야 할까요? 정답은 '일기예보를 10일간 계속 확인하라'입니다.정식 예정일 기준으로 앞으로 10일 동안 최저 기온이 12도 아래로 떨어지는 날이 단 하루도 없어야 안전합니다. 특히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이나 맑은 날 밤에는 복사냉각 현상으로 기온이 더 떨어질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제가 3년 전에 겪은 실패담을 하나 들려드리겠습니다. 그때는 4월 15일에 심었는데, 딱 3일 후에 전국적으로 한파주의보가 내려졌어요.모종 50포기 중 18포기가 얼어서 시들시들해지더니 결국 회복하지 못했습니다. 그 경험 이후로 저는 반드시 5월 1일 이후에 심기로 마음먹었어요.수확량이 약간 줄어들더라도 안정적인 게 최고더라고요. 특이한 점은, 최근 기후 변화로 인해 과거보다 정식 시기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겁니다.기상청 데이터를 보면 1990년대 대비 2020년대 4월 평균 기온이 약 1.5도 상승했습니다. 그래서 일부 남부 지역에서는 3월 하순에도 심는 분들이 늘었어요.하지만 이것은 리스크가 큽니다. 2025년 3월 28일에 전남 해남에서 갑자기 기온이 4도까지 떨어졌거든요.'기후 온난화 = 완전히 안전'이라는 공식은 통하지 않습니다. 고추 모종을 구매할 때도 팁이 있습니다.보통 4월 초에 시장에 나오는 모종은 비닐하우스에서 급속 재배한 경우가 많아요. 이런 모종은 겉보기엔 싱싱해 보여도 노지 환경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립니다.반면 4월 말-5월 초에 나오는 모종은 이미 충분히 순화된 상태라 활착률이 훨씬 좋습니다. 가격도 500-1,000원 정도 저렴하죠. 저는 모종 가격이 3,000원에서 2,000원으로 내려가는 시점을 노려서 삽니다.심는 간격, 이렇게 좁으면 무조건 망한다
텃밭 1평에 고추 모종을 최대한 많이 심고 싶은 마음, 정말 잘 압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랬으니까요.
3년 전에는 1평에 15포기를 심었습니다. 간격이 20cm도 안 됐어요.그해 7월, 장마가 시작되자 상황이 급변했습니다. 비가 계속 오는데 통풍이 안 되니까 잎이 계속 젖어 있었어요.결국 탄저병이 돌기 시작했고, 8월 중순에는 열매 절반 이상이 썩었습니다. 수확량은 옆 밭 아저씨의 절반도 안 됐어요.그분은 1평에 6포기만 심었거든요. 고추 심는 간격은 단순히 '몇 cm'의 문제가 아닙니다.식물 생리학적으로 설명하자면, 고추는 광합성을 통해 탄수화물을 만들어 열매에 저장합니다. 그런데 잎이 서로 겹쳐서 햇빛을 가리면, 아래쪽 잎은 광합성을 거의 못 합니다.농촌진흥청의 2023년 연구에 따르면, 간격 30cm 미만에서는 아래쪽 30cm 이하 잎의 광합성 효율이 정상의 40%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반면 50cm 간격에서는 85% 이상 유지됐어요.표 2. 고추 재배 방식별 권장 간격과 예상 수확량 비교| 재배 방식 | 포기 간격 | 이랑 간격 | 10a당 수확량(kg) | 장마철 병해 발생률 |
|---|---|---|---|---|
| 1열 재배(비닐멀칭) | 40-50cm | 100-120cm | 2,800-3,200 | 15-20% |
| 2열 재배(비닐멀칭) | 35-40cm | 120-140cm | 3,500-4,000 | 25-35% |
| 노지 직파 재배 | 50-60cm | 100-120cm | 2,000-2,500 | 10-15% |
| 터널 재배 | 45-55cm | 110-130cm | 3,000-3,500 | 20-25% |
| 유기농 재배 | 50-60cm | 120-150cm | 2,500-3,000 | 8-12% |
이 표를 보면 재미있는 점이 있습니다. 2열 재배가 전체 수확량은 가장 많지만, 병해 발생률도 크게 높아집니다.
결국 단위 면적당 실제 수확 가능한 양은 1열 재배와 큰 차이가 없을 수 있어요. 왜냐하면 병에 걸린 열매는 수확해도 상품 가치가 거의 없으니까요.농협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탄저병에 걸린 고추의 상품성은 90% 이상 하락합니다. 제 경험상, 가장 현실적인 선택은 1열 재배에 포기 간격 45cm입니다.이랑 간격은 110cm 정도면 충분해요. 이렇게 하면 통풍이 잘 돼서 잎이 마르는 속도가 빠릅니다.특히 장마철에는 이 차이가 엄청납니다. 비가 온 후 2시간 안에 잎이 마르는 지역과 6시간 이상 젖어 있는 지역의 병 발생률은 3배 이상 차이가 난다는 연구 결과도 있어요.간격을 결정할 때 고려할 또 다른 요소는 품종의 생육 특성입니다. 최근 인기인 '꽈리 고추'나 '청양 계열'은 가지가 많이 벌어지는 특성이 있어서 더 넓은 간격이 필요합니다.반면 '홍고추'용 품종은 키가 크고 위로 자라는 습성이 있어 상대적으로 좁게 심어도 됩니다. 모종을 살 때 품종명을 꼭 확인하고, 해당 품종의 권장 간격을 물어보세요.저는 '칠성' 계열은 50cm, '녹광' 계열은 40cm로 심습니다. 여기서 하나 더 팁을 드리자면, 이랑의 방향도 중요합니다.가능하면 남북 방향으로 이랑을 내세요. 그래야 아침부터 저녁까지 햇빛이 고루 들어옵니다.동서 방향으로 하면 남쪽 줄기는 잘 자라는데 북쪽 줄기는 키가 작고 열매도 적게 달려요. 실제로 충북농업기술원 실험에서 동서 방향 대비 남북 방향 재배가 12% 더 많은 수확량을 기록했습니다.모종 심는 날, 이 2가지만 지켜도 활착률 90% 이상
고추 농사에서 가장 짜릿한 순간은 모종을 땅에 심는 날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가장 실수하기 쉬운 순간이기도 해요.
제가 8년 동안 고추 농사를 지으면서 체득한 가장 중요한 두 가지를 공유하겠습니다. 이걸 지키기만 해도 모종이 죽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첫 번째는 심는 시간입니다. 절대 한낮에 심지 마세요.특히 4-5월은 일교차가 큰데, 한낮의 강한 햇빛이 모종에 치명적입니다. 비닐멀칭을 한 경우, 비닐 표면 온도가 50도까지 올라갈 수 있어요.이 상태에서 모종을 심으면 뿌리가 화상을 입습니다. 제가 2년 전에 오후 2시에 심었다가 10포기 중 4포기가 시들었던 적이 있습니다.정답은 오전 7-9시 사이 또는 오후 4시 이후입니다. 특히 오전이 제일 좋아요.이유는 해가 뜨기 시작할 때 심으면 모종이 하루 종일 적응할 시간을 갖기 때문입니다. 저는 항상 아침 7시에 텃밭에 도착해서 9시 전까지 모든 심기를 마칩니다.그렇게 하면 모종이 저녁까지 햇빛에 적응하고, 밤에는 시원한 기온에서 뿌리를 내리기 시작합니다. 표 3. 심는 시간대별 모종 활착률 비교(7일 후 기준)| 심는 시간대 | 활착률 | 초기 생장 속도 | 스트레스 증상 |
|---|---|---|---|
| 오전 6-9시 | 93% | 빠름 (평균 3cm) | 거의 없음 |
| 오전 9-12시 | 82% | 보통 (평균 2cm) | 약간의 잎 시듦 |
| 오후 12-3시 | 65% | 느림 (평균 1cm) | 잎 황변, 시듦 |
| 오후 3-6시 | 78% | 보통 (평균 1.5cm) | 약간의 스트레스 |
| 오후 6시 이후 | 70% | 느림 (평균 1cm) | 밤 기온 저하로 냉해 위험 |
두 번째는 물 주는 방법입니다. 여기서 많은 분들이 실수합니다.
모종을 심은 후 바로 물을 주는 건 맞는데, 얼마나 주느냐가 관건입니다. 많은 분이 '조금씩 자주' 주는데, 이게 최악입니다.왜냐하면 뿌리가 얕게 자라서 비에 쉽게 쓰러지고, 건조에도 약해지기 때문입니다. 정답은 심은 직후에 1회, 모종당 1리터 이상을 흠뻑 주는 겁니다.이때 물이 뿌리 깊숙이 스며들도록 천천히 주세요. 그리고 그다음부터는 3-4일간 물을 주지 않습니다.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겠지만, 이유가 있습니다. 처음에 충분히 물을 주면 뿌리가 물을 찾아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합니다.그런데 그 뒤에 물을 끊으면, 뿌리가 더 깊이 내려가려는 유인이 생깁니다. 이렇게 하면 2주 후에는 뿌리가 20cm 이상 깊이 들어가서 튼튼해집니다.저는 이 방법을 '건조 훈련'이라고 부릅니다. 처음에는 잎이 약간 축 처질 수 있어요.그래도 괜찮습니다. 3-4일 후에 다시 물을 주면 활짝 펴집니다.이 과정을 2-3회 반복하면 놀라울 정도로 강한 모종이 됩니다. 실제로 2024년에 제가 이 방법으로 키운 고추는 8월 폭염에도 전혀 쓰러지지 않았고, 옆 밭에서 자주 물을 준 고추는 절반이 시들었습니다.표 4. 심은 후 물주기 방법 비교(실제 재배 결과)| 물주기 방식 | 30일 후 뿌리 깊이 | 폭염 피해율 | 1차 수확량 |
|---|---|---|---|
| 심은 후 1L 흠뻑 + 3일 후 2차 | 18-22cm | 8% | 많음 |
| 매일 200ml씩 | 8-12cm | 35% | 보통 |
| 2일에 1번 500ml | 12-15cm | 22% | 보통 |
| 심은 후 1회 + 그 후 1주일 금지 | 15-18cm | 15% | 약간 적음 |
첫 꽃 반드시 따야 하는 이유, 품질 차이 2배
고추 농사에서 가장 안타까운 장면 중 하나는, 정식 후 2-3주가 지나 첫 꽃이 피었을 때 그걸 그냥 두는 겁니다. 특히 초보 농부들은 "꽃이 피었는데 왜 따요?"라고 반문하곤 하죠. 저도 처음에는 그랬습니다.
그런데 이 첫 꽃을 따느냐, 마느냐에 따라 고추 나무의 운명이 완전히 갈립니다. 고추는 꽃이 피고 열매가 맺히는 과정에서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합니다.문제는 첫 꽃이 피는 시기가 나무가 아직 완전히 성장하지 않은 상태라는 겁니다. 이때 열매를 맺게 하면, 나무는 뿌리와 줄기 대신 열매에 모든 양분을 집중합니다.결과적으로 나무가 왜소해지고, 이후에 달리는 열매의 품질과 양이 떨어집니다. 농촌진흥청의 2022년 시험 재배 결과를 보면, 첫 꽃을 제거한 구역에서는 최종 수확량이 18% 증가했습니다.특히 상품성 있는 특대과의 비율이 25%에서 38%로 높아졌어요. 반면 첫 꽃을 그대로 둔 구역은 열매가 작고 고르지 못했습니다.표 5. 첫 꽃 제거 여부에 따른 생육 차이(60일 후 측정)| 항목 | 첫 꽃 제거 | 첫 꽃 유지 | 차이 |
|---|---|---|---|
| 줄기 두께 | 1.2cm | 0.9cm | +33% |
| 나무 높이 | 85cm | 72cm | +18% |
| 가지 수 | 7개 | 5개 | +40% |
| 1차 수확량(포기당) | 450g | 380g | +18% |
| 특대과 비율 | 38% | 25% | +13%p |
| 전체 수확량(최종) | 3.1kg | 2.6kg | +19% |
이 표를 보면 첫 꽃을 제거한 게 모든 면에서 우수합니다. 그런데 실제로 이걸 실행하는 분들은 많지 않아요.
이유는 "꽃이 피었는데 자르는 게 아깝다"는 심리 때문이죠. 저도 처음에는 그랬습니다. 그런데 3년 전에 첫 꽃을 모두 따 주고, 이후에 달린 고추가 얼마나 크고 균일했는지 경험한 후로는 주저하지 않습니다.첫 꽃을 찾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줄기가 Y자로 갈라지는 부분을 보세요.거기에 맨 처음 피는 꽃이 바로 '방아다리'라고 불리는 첫 꽃입니다. 이 꽃은 다른 꽃보다 먼저 피고, 보통 혼자서 달려 있습니다.이걸 손가락으로 살짝 비틀어 따 주면 됩니다. 너무 억지로 당기면 줄기가 손상될 수 있으니 조심하세요.주의할 점은, 첫 꽃만 제거하고 그다음부터 피는 꽃은 그대로 두는 겁니다. 첫 꽃을 딴 후 약 1주일 정도 지나면 새로운 꽃이 피기 시작합니다.이때부터는 모든 꽃을 살려 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수확량이 줄어듭니다.지주대, 심는 당일에 세우는 게 정답이다
고추 지주대는 많은 분들이 '나중에 필요하면 세우면 되지'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게 큰 오산입니다.
고추는 뿌리가 매우 얕고 약해서, 바람에 흔들리면 뿌리가 흔들리면서 토양과의 접촉이 끊어집니다. 이 현상을 '뿌리 진동'이라고 하는데, 이게 생기면 수분과 영양분 흡수가 급격히 떨어집니다.제가 5년 전에 경험한 일입니다. 그해 5월 중순에 심고 지주대는 2주 후에 세우려고 했어요.그런데 심은 지 5일 만에 돌풍이 불었습니다. 다행히 모종이 쓰러지진 않았지만, 이후 생장이 유난히 더뎠습니다.뿌리를 확인해 보니, 바람에 흔들리면서 뿌리 끝이 상처투성이였어요. 결국 그해 수확량이 예년의 70% 수준에 그쳤습니다.표 6. 지주대 설치 시기에 따른 생육 차이| 설치 시기 | 뿌리 손상률 | 30일 후 생장 속도 | 바람 피해율 | 최종 수확량 |
|---|---|---|---|---|
| 심는 당일 | 2% | 빠름 (평균 8cm/주) | 3% | 3.2kg/포기 |
| 1주일 후 | 15% | 보통 (평균 6cm/주) | 12% | 2.8kg/포기 |
| 2주일 후 | 30% | 느림 (평균 4cm/주) | 25% | 2.3kg/포기 |
| 3주일 후 (쓰러진 후) | 60% | 매우 느림 (평균 2cm/주) | 50% | 1.5kg/포기 |
표를 보면 심는 당일 설치한 경우가 월등히 좋습니다. 지주대를 세울 때 가장 중요한 건 깊이입니다.
고추는 키가 크게 자라면 1.5미터 이상 자라는 경우도 있어요. 그 무게를 버티려면 지주대를 최소 30cm 이상 땅에 박아야 합니다.너무 얕게 박으면 오히려 고추가 쓰러질 때 지주대까지 같이 넘어집니다. 지주대 재질도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대나무는 가볍고 값싸지만 1년만 쓰면 썩기 시작합니다. 저는 처음에는 대나무를 썼는데, 2년 차에 교체하느라 돈이 더 들었어요.지금은 PP재질의 농업용 지주대를 사용합니다. 개당 1,500원 정도로 대나무보다 500원 비싸지만, 5년 이상 쓸 수 있어서 오히려 경제적입니다.줄기를 묶을 때는 8자형으로 묶는 게 좋습니다. 지주대와 줄기 사이에 여유를 두고 묶으면 줄기가 자라면서 압박을 받지 않습니다.너무 꽉 묶으면 줄기가 상처나고, 그 상처로 병이 들어올 수 있어요. 저는 2주에 한 번씩 줄이 조이지 않았는지 확인합니다.장마 전에 알면 병해충 70% 예방 가능
고추 농사의 가장 큰 적은 '장마'입니다. 비가 계속 오면 습도가 90% 이상 유지되고, 이게 병의 온상이 됩니다.
특히 탄저병과 역병은 장마가 시작되면 폭발적으로 퍼집니다. 그런데 이 병들은 이미 5월부터 예방을 시작해야 합니다.농업진흥청의 2024년 자료에 따르면, 장마가 시작되기 2주 전에 방제를 시작한 농가는 장마 후 병 발생률이 15%였지만, 장마 시작 후에 방제를 시작한 농가는 45%였습니다. 예방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표 7. 장마 전후 병해충 방제 시기별 발생률| 방제 시기 | 탄저병 발생률 | 역병 발생률 | 총 발생률 | 약제 비용 |
|---|---|---|---|---|
| 장마 2주 전부터 예방 | 8% | 5% | 13% | 많음 (4회) |
| 장마 1주 전부터 예방 | 12% | 8% | 20% | 보통 (3회) |
| 장마 시작 후 방제 | 25% | 20% | 45% | 적음 (2회) |
| 장마 후 긴급 방제 | 35% | 30% | 65% | 많음 (4회) |
여기서 중요한 건, 예방 살균제와 치료 살균제의 차이를 아는 겁니다. 예방 살균제는 병이 오기 전에 뿌려서 보호막을 만드는 거고, 치료 살균제는 이미 병이 생겼을 때 사용합니다.
장마 전에는 반드시 예방 살균제를 써야 합니다. 저는 '메타실' 계열이나 '디치오카바메이트' 계열의 약제를 7-10일 간격으로 2회 뿌립니다.또 하나 중요한 건 비가 온 후 바로 약을 뿌리지 말라는 겁니다. 비에 약이 씻겨 나가서 효과가 거의 없어요.비가 완전히 그친 후, 잎이 마른 다음에 뿌려야 합니다. 저는 비가 온 다음 날 아침 이슬이 마른 오전 10시경에 작업합니다.이제 장마가 끝나고 8월이 되면, 고추는 본격적인 수확을 시작합니다. 8월 중순부터 10월 초까지가 가장 많은 양을 수확할 수 있는 시기입니다.첫 수확은 7월 하순에 시작되지만, 진짜 '대박'은 8월에 터집니다. 이때부터는 3-4일에 한 번씩 수확해야 합니다.고추는 익는 속도가 일정하지 않아서, 빨간 것만 골라서 따야 품질이 유지됩니다. 저는 수확할 때 가위를 사용합니다.손으로 따면 줄기가 찢어져서 상처가 생기고, 이 상처로 병이 들어올 수 있어요. 가위로 깔끔하게 자르면 상처도 작고, 다음 열매가 맺히는 속도도 빠릅니다.지역별 품종 선택, 이것만 알면 실패 없다
고추 품종은 무려 200종이 넘습니다. 그중에서 우리나라 환경에 맞는 품종을 고르는 게 첫걸음입니다.
인터넷에서 인기 있는 품종이라고 무조건 따라 샀다가 낭패 보는 분들을 많이 봤습니다. 표 8. 지역별 추천 고추 품종과 특징| 지역 | 1순위 추천 품종 | 2순위 추천 | 생육 특성 | 수확 시기 | 매운맛 강도 |
|---|---|---|---|---|---|
| 남부 해안가 | 꽈리고추(청양계) | 홍고추(장려) | 습도에 강함, 키 80cm | 7월-10월 | 중간 (2,000-3,000SHU) |
| 중부 내륙 | 칠성고추 | 녹광고추 | 일교차에 강함, 키 1.2m | 7월-9월 | 강함 (4,000SHU↑) |
| 강원 산간 | 홍고추(진미) | 청양고추 | 저온에 강함, 키 90cm | 8월-10월 | 약간 매움 (1,500-2,500SHU) |
| 서해안 | 청양고추(명품) | 대왕고추 | 염분에 강함, 키 1m | 7월-10월 | 중간 (3,000SHU) |
제가 사는 경기도에서는 '칠성' 품종이 가장 잘 자랍니다. 이 품종은 일교차가 큰 내륙 기후에 적응해서 열매가 단단하고 매운맛이 강해요.
반면 남부 해안가에서는 '꽈리고추' 계열이 인기입니다. 습도가 높아도 잘 견디고, 열매 껍질이 두꺼워서 저장성도 좋습니다.품종 선택에서 놓치기 쉬운 게 숙기(熟期)입니다. 고추는 조생종(빨리 익는), 중생종, 만생종(늦게 익는)으로 나뉩니다.5월 초에 심는다면 중생종이나 만생종을 선택하세요. 조생종은 7월 초부터 수확이 시작되는데, 이 시기는 아직 장마가 끝나지 않아서 비에 열매가 썩는 경우가 많습니다.8월 초부터 수확되는 중·만생종이 장마 피해를 덜 봅니다. 모종 가격도 생각해야 합니다.일반 품종은 모종 한 포기에 1,500-2,500원이지만, F1(1대 잡종) 품종은 3,000-5,000원까지 합니다. F1 품종은 수확량이 많고 병에 강하지만, 대신 씨앗을 받아서 다시 심을 수 없습니다.매년 새로 사야 하죠. 저는 처음 2년은 일반 품종으로 연습하고, 3년 차부터 F1 품종으로 바꿨습니다.웃거름 주는 시기, 이 표 하나면 평생 헷갈리지 않는다
많은 분이 웃거름(추비)을 잘못 주는 바람에 고추가 쓰러지거나 열매가 제대로 안 맺히는 경우를 봅니다. 특히 '많이 주면 많이 난다'는 생각이 화를 부릅니다.
질소 비료를 너무 많이 주면 잎만 무성해지고 열매는 적게 달리는 '도장' 현상이 생깁니다. 표 9. 고추 생육 단계별 웃거름 추천 시기와 양| 생육 단계 | 시기 (정식 후) | 질소(N) kg/10a | 인산(P) kg/10a | 칼리(K) kg/10a | 비고 |
|---|---|---|---|---|---|
| 활착기 | 2-3주 | 3 | 2 | 3 | 첫 꽃 제거 후 바로 |
| 생육기 | 5-6주 | 5 | 3 | 5 | 가지 벌어지기 시작할 때 |
| 개화·결실기 | 8-10주 | 4 | 4 | 8 | 열매 맺히기 시작할 때 |
| 수확기 | 12주 이후 | 2 | 2 | 5 | 수확 시작 후 2주 간격 |
이 표에서 가장 중요한 건 칼리(K) 비료의 양입니다. 많은 분이 질소에만 집중하는데, 고추는 열매를 맺을 때 칼리를 엄청나게 소모합니다.
칼리가 부족하면 열매가 잘 여물지 않고, 꼭지 부분이 약해져서 떨어지기 쉽습니다. 저는 감자나 고구마 전용 비료보다 고추 전용 비료를 권장합니다.고추 전용 비료는 칼리 함량이 높게 배합되어 있어요. 웃거름을 줄 때 주의할 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비료를 줄기와 너무 가까이 주지 마세요. 고추는 뿌리가 얕고 넓게 퍼져서, 비료가 줄기에 직접 닿으면 뿌리가 타들어 갑니다.포기에서 15-20cm 떨어진 곳에 구멍을 파고 넣은 다음 흙으로 덮어주세요. 그리고 바로 물을 흠뻑 주면 비료 성분이 고루 퍼집니다.고추 농사의 성공은 준비에 달렸다
2026년 고추 재배를 준비하는 분들께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이 있죠. 지금 당장 텃밭에 나가서 땅을 갈고, 비료를 넣고, 비닐을 덮으세요.
5월 초만 되어도 준비가 늦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제가 가장 강조하고 싶은 건 인내심입니다.고추 농사는 빨리 심는다고 성공하는 게 아닙니다.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간격으로, 적절한 방법으로 심어야 합니다.이 세 가지만 지켜도 올해 수확량이 작년보다 2배는 늘어날 겁니다. 마지막으로, 고추 농사는 혼자 하기보다 이웃과 함께하면 더 재미있습니다.저희 텃밭 동호회에서는 매주 토요일 아침에 모여서 정보를 공유하고, 병충해 상황을 알려줍니다. 혼자서 모든 걸 해결하려고 하지 마세요.옆 밭 농부의 경험이 여러분의 가장 좋은 스승이 될 수 있습니다. 2026년, 풍성한 고추 수확으로 밥상이 더욱 풍요로워지길 바랍니다.지금부터 준비를 시작하세요. 올해는 작년과 다른 결과를 보게 될 겁니다.